4차 산업혁명의 붐이 엄청나다. 정보기술과 제조의 융합, 산업과 산업 간 융합을 일컫는 이 단어는 기존 사업영역을 과감히 파괴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게다가 상품혁신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 다행히 산업계·학계·행정에서 4차 산업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어 향후의 결과가 매우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와 더불어 간과되어서 안되는 것이 있다. 바로 브랜드다. 품질과 이미지, 조직 임직원,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들이 융합된 유기체가 브랜드다. 융합 관점에서 브랜드는 4차 산업혁명과 유사한 기조를 가지고 있다. 제조와 IT 어느 하나에 치우쳐지지 말아야 하듯 브랜드 또한 다양한 요소들이 적절히 융합되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NBCI 제조업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오랫동안 1위와 2위 브랜드의 치열한 경쟁 속에 하위 브랜드가 상위권을 위협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제공할 정도이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고충은 엄청나다. 차별화되고, 고객으로부터 지속해서 사랑받고, 매출 하락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브랜드 변화를 줘야 할 것인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브랜드 임원들을 만나보면 “4차 산업혁명 환경으로 인해 브랜드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IT 혁명시대였던 2000년대 상황을 되돌아보기를 권장한다.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하여 ‘닷컴 회사’로 변모한 수많은 회사들이 사라졌다. 휴대폰과 PC 사이를 포지셔닝한 PDA 브랜드들은 메뉴 조작의 복잡성 때문에 소비자에게 외면받았다.
반대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와 고음질 추구에 집중한 나머지 IT를 제대로 접목하지 못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MP3 플레이어 브랜드들도 있다. 결국 브랜드는 시대를 너무 앞서가도, 시대에 너무 뒤쳐져도 살아남지 못한다.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는 무리한 변화를 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하는 진화의 모습을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해서 브랜드가 급변하는 것은 위험하다. “브랜드가 브랜드답기 위해서는 브랜드 본질에 충실해야 하며, 그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확장을 해야 한다”는 데이비드 아커 교수의 말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